15년이라는 세월, 결코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남편이나 저 두 사람 다 서로를 믿고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긴 시간을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긴 시간을 만난 사람들은 그 사이 한번쯤 헤어지기도 한다는데 저희는 그런 때도 없었거든요. 참 이상하죠. 전 남편을 처음 본 날부터 이상하게 그 사람이 가족처럼 느껴졌어요. 아직 친해지기 전부터 오래 알아 온 사람처럼 편했구요. 그게 인연이었던가 봐요. 그래서 남편은 저에게 친구이고, 형제이고, 또 때로는 부모 같은 사람이기도 해요. 언제나 옆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는 사람. 서로 말주변이 없어서 달콤하게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고 살지만,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이 더 소중하고 값진 것 아니겠어요?
요리, 지금부터 배우려구요
“솔직히, 아직 주방 살림은 너무 서툴러요. 칼질도 잘 못하고, 내세울 만한 요리도 하나 없구요. 그래서 이제부터 하나씩 배우려구요. 내 남편에게 하루 세 끼 따뜻한 밥 맛있게 해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배울 거예요.” 에이프런 두르고 요리하는 시간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김원희.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다는 그녀의 의욕은 항상 넘치고도 남는다. 연예계 생활을 하느라 늘 시간에 쫓기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여서 집에 있는 동안은 설거지 한번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는 그녀의 친정 엄마는 그래서 시집 간 딸을 보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걱정하던 딸이 혼자서 밥도 하고, 반찬도 만들어 남편에게 먹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정집이 가까이 있어서 아직은 엄마에게 공수해다 먹는 음식이 더 많지만 조만간 자신이 대접할 날을 기대하라고 호언장담하는 그녀.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좋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만든 맛난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그려 보는 것 역시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아침에 빵 한 조각 구워 주는 게 고작이에요. 결혼 후 두 사람 모두 스케줄이 바빠서 집에서 변변히 밥을 먹을 시간도 별로 없었구요. 잘 구운 빵 한 조각, 우유 한 잔만 내줘도 고맙게 생각해 주는 남편이 너무 감사하죠. 빨리 한식도 배우고, 양식도 배우고, 빵이나 쿠키까지 배워서 간식까지 직접 만들어 주는 부인이 되고 싶어요.”
① 오랜 유학 시절을 보낸 남편은 간단한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날이 많다. 늘 바쁜 스케줄에 쫓기느라 제대로 된 아침상 한번 차려 준 적이 없는 그녀가 오랜만에 준비한 아침 만찬은 식빵과 우유, 그리고 과일 몇 개. 무척 간단한 상차림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대접 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는 남편 손혁찬 씨. ② 연예 생활을 하느라 제대로 살림을 배울 새도 없었다는 원희 씨는 아직 서툰 칼솜씨를 감쪽같이 숨겨 줄 수 있는 만능 조리 도구를 하나 마련했다. 빙빙 돌려만 주면 야채를 다양한 형태로 모양을 내주는 기계. 이렇게 결혼 전부터 하나둘씩 사 모은 것들이 막상 생활할 때 큰 도움이 되어주기 때문에 무척 만족스럽단다. ③ 깨끗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는 그녀의 주방 서랍. 칸막이가 있어 자그마한 소품까지 정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을 선택해서 주방을 정리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단다.
④ 요리에 서툰 그녀지만 항상 남편을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손질이 많이 가는 요리 대신, 재료만 준비해서 한꺼번에 끓이는 요리에 특히 자신이 있다는 그녀. ⑤ 늘 친정 엄마가 먹거리를 준비해 오시지만, 폼나게 접시에 담고 예쁘게 썰어 내는 일은 새색시 김원희의 몫. 어른들을 위한 정성스러운 느낌의 커트러리 세트가 눈길을 끈다. ⑥ 남편과 단둘이 먹는 식사라도 늘 보기 좋게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한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상을 차려 먹어야 다른 자리에서도 항상 대접 받게 된다고 믿는 그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분을 대하듯,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는 상차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