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츄 두 녀석을 키우고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저도 여자이고요, 아직 결혼 안 했지만 결혼하더라도 지금 키우고 있는 시츄들을 다른 곳에 입양보내거나 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몽몽이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오해로 인해 많은 몽몽이들이 파양되거나 유기되었습니다. 유기된 아이들은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죽음보다 못한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요. 다른 집에 입양을 갔다고 해도 마음깊은 곳에서 상처를 받게 되어 불행해지기가 쉽습니다.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여러 속설로 인해 죄없는 몽몽이들이 불행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흔히 받는 질문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개털로 인해서 사람의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나요?

먼저 개털이 기관지나 폐로 들어가서 기도를 막아 사람이 죽었다는 희한한 소문을 흔히 듣게 되는데요.  개털은 구조상 절대로 기도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 점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사람 몸은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답니다. 아기건 어른이건 마찬가지죠.


사람 몸에 존재하는 방어기구들을 일단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코털이죠. 눈에 보이는 크기의 먼지를 다 걸러냅니다. 대부분의 개털은 코털에서부터 걸리죠.

두번째로 후두의 점액세포가 있습니다. 끈끈한 점액과 섬모가 먼지를 모아두었다가 밖으로 배출시킵니다. 만약 후두에 큰 개털이 걸리면 후두의 방어기능이 작동하여 강제로 센 공기를 배출하여 내보내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재채기"라고 부르는 현상이죠. 이 단계를 거치면 기관지까지 들어갈 개털은 남아있을 수가 없답니다.

세번째로 기관지나 폐에 존재하는 청소세포입니다. 아주 운이 좋아서 기관지까지 들어갔다고 해도 청소세포가 버티고 있어서 다 먹어 없애버리죠.

실제로 병원생활 중에 위내시경이나 후두내시경을 받는 분들을 수없이 봐왔는데 식도나 기도에서 털 한가닥 나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개나 고양이 키운다는 분들에게서도 말이죠.


밝은 날 햇빛 들어오는 창가에 떠다니는 먼지를 본 경험이 누구나 있으실 겁니다. 어머 내가 이런 공기를 마신단말이야? 다들 경악하죠. 사람은 개털 뿐 아니라 공기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먼지와 유해성분에 노출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후두가 고장난 분들(기형이거나 수술한 분들), 질병 등으로 인해 기관지의 보호기능이 다 파괴되어버린 분들(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폐암)이 아니면 그런 먼지따위는 몸속에서 다 청소되어 버립니다.

폐렴이나 기관지염처럼 기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에 생기는 기도폐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때문이 아니라 주로 기도내에서 분비되는 가래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 즉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도 개털때문에 심해진다는 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알레르기는 부적절한 면역반응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쫓아내기 위해서 작동돼야 할 면역반응이 엉뚱한 것에 작동이 되는 것이지요. 면역기능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부터 적절하게 노출이 되었다면 "탈감작"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결국은 알레르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어렸을 때 강아지와 함께 생활한 사람이 개 알레르기가 적다는 학설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알레르겐이라는 원인물질입니다. 대부분이 단백질이고, 사람마다 알레르겐이 천차만별입니다. 알레르겐이 되려면 단백질로 분해되어 피 속으로 침투해서 면역세포와 결합해야 합니다. 알레르기 중 음식에 의한 것이 가장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 역시 호흡기 점막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와 결합해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개털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중 오염물질, 먼지, 집먼지 진드기가 알레르겐으로서 훨씬 강하게 작용하겠죠.


개털이 해롭다고 개를 키우지 않으면서  집먼지 진드기가 드글거리는 침대에 밤마다 얼굴 파묻고 잔다면 그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또 한 가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이미 갖고 계시다면 계절성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만약 여름엔 괜찮은데 봄가을에 심해진다면 강아지 탓이 아닐 가능성 99%입니다. 꽃가루나 잔디씨가루 등에 의한 거겠죠.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실제로 개털 자체는 알레르기 유발력이 별로 없습니다.


2. 임신 중에 혹은 출산 후에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면 세균감염의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임신 중 세균감염이 문제라면 샤워는 어떻게 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대는 공공장소에는 어떻게 갑니까? 개에게도 물론 균은 많습니다만 그 균들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균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파보장염이나 심장사상충같은 것도 인간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는데 오히려 몽몽이들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습니까? 개에게는 해롭지 않으나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균은 거의 없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에게 해롭다면 개에게도 해롭습니다.


임신기간이나 신생아가 있을 때 새로 몽몽이를 들여오는 것은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외부에서 새로운 생물이 들어온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1년 이상 몽몽이와 함께 하면 서로에게 면역이 형성되어서 강아지가 없는 경우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할 때 발생하는 위험상황이 큰 차이가 없어진다는 보고가 이미 있었습니다. 즉 키우고 있던 몽몽이를 임신했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보낼 이유가 없다는 말이지요.

신생아가 있다면 몽몽이의 털을 싹 밀어주고, 몽몽이가 아가를 물거나 몽몽이의 대소변을 아가가 접촉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직접 대면하는 것을 피하고 철장 등으로 구분을 지어놓았다가, 서서히 상황에 따라서 접촉시켜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가를 높이가 있는 아가용 침대에 두신다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겠지요.  정 불안하시다면 공기청정기 사용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항균"성분이 함유된 온갖 세제며 식기가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만 과신하거나 남용할 일은 못 됩니다. 인간의 몸은 특수한 결함이 없는 한 환경에 적절하게 적응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찍부터 항균성분의 세제를 사용해온 미국에서는 요새 어떤 항균성분에도 반응하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자연면역이 가장 우수한 항균제인 셈이지요. 세제의 남용은 오히려 피부의 보호기능을 파괴하여 아토피와 온갖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3. 임신 중에 강아지를 키우면 기형아가 생기지 않나요?

 

기형아는 수정 과정에서의 유전자 이상이나 수정 후 배아성장과정에서 약물 혹은 방사선 등의 기형유발인자에 노출되어 신체형성에 이상을 가져오는 현상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몽몽이의 무엇이 기형유발인자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모르겠군요. 몽몽이의 무엇이 혈류를 타고 태반을 통과하여 아기에게 들어가서 기형을 일으킨다는 말입니까?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지하철이나 공공장소보다 집에서 키우는 몽몽이가 훨씬 깨끗합니다. 또 세균은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죠. 태반을 통과하는 물질은 대부분이 약물입니다. 실제로 몽몽이로 인해 기형아가 발생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 몽몽이를 키우는 임산부에게서 기형아가 발생했다면... 그 화살은 고스란히 몽몽이에게  돌아가겠죠? 사실 어떤 약물이 어떻게 기형을 일으키는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 어르신들은 한약이나 건강식품에 대해 부적절한 과신을 하고 계신 관계로 임산부에게 성분이 불확실한 건강식품을 먹게 하시는 일이 많은데, 그 중에 어떤 것이 기형아를 유발했는지 나중에는 전혀 알 수 없게 됩니다. 결국 몽몽이가 그 원죄를 뒤집어쓰고 파양되거나 유기되겠죠.


4. 우리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은 임신했다니까 강아지 치우라고 하시던데요?

사실 저도 의과대학 포함 10여 년을 의학공부에 매달려 왔지만 어떤 교과서나 수업시간에서도 몽몽이에 의한 인체의 영향을 따로 가르치진 않습니다. 기생충이나 인수공통질병에 대한 것 정도죠. 그러니 당연히 개를 키우지 않거나 개를 좋아하지 않는 의사라면 따로 공부한 것이 없기 때문에 기생충, 광견병을 먼저 떠올리게 되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제 친구들도 몽몽이를 좋아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은데, 심심찮게 말다툼이 일어납니다.


아시다시피 의학이란 워낙 광범위한 학문이라 자기 분야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지식이 약해지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저나 미찌르맘맘님처럼 강아지에 관심이 많거나 실제로 키우고 있는 의사라면 따로 공부하고 연구를 하게 됩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의 건강과도 연관이 있는 거니까요. 오히려 그런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는 것이 더 정확하고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의학은 확률의 학문이라고 합니다. 가끔 환자나 보호자분들이 저에게 "원인을 확실히 알려주세요." 혹은 "이거랑 연관이 전혀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등등 확실한 대답을 요구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허준이 살아돌아와도 알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아마 이것 때문일 가능성이 몇 퍼센트 정도 됩니다"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거지요.


임산부나 아기에게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몽몽이 때문이라고 얘기하려면 의학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강아지 치우세요" 라고 얘기하실 때 그 의학적 근거가 이해가 되신다면 몽몽이를 파양하세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의외로 많을 것입니다.


몽몽이도 우리 생활의 일부이고, 함께 생활하는 식구입니다. 물론 몽몽이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중 대부분이 사람의 책임이었습니다. 주인이 주인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면, 몽몽이가 사람을 다치게 한다거나 병들게 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고, 몽몽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또 사람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로서 확신합니다.

출처<아이러브시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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