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는 그 나라와 도시의 역사다. 런던이나 파리의 빈티지가 역사가 있고 화려하다면 뉴욕의 빈티지는 젊고 에너지 넘치며 빈티지라 해도 모던하다


뉴욕은 모던 아트를 이끌고 있는 최고의 도시이면서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다채로운 영감과 기회를 주는 도시다. 1900년대 초에 수많은 유럽의 예술인이 이주하면서 꽃피운 정신 문화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구겐하임을 이루는 근간이 됐으며, 291갤러리는 최고의 포토그래퍼를 양산하는 시스템의 지지대가 되었다. 60년대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로 대표되는 팝아트가 탄생한 도시 , 뉴욕. 당시 이곳의 역동적인 히스토리를 좇아 유럽 대부분의아티스트들은 뉴욕행을 감행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건 모던함이다. 뉴욕은 전통의 깊이대신 새로움을 제시한다. 새로운 것이야말로 언제나 내가 살아 있다고 믿게 하는 마력을 지닌다. 뉴욕의 빈티지는 도시의 복합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담겨 있어 런던이나 파리의 빈티지마켓보다 모던하다. 아메리칸 콤플렉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곳은 젊고 에너지와 생명력이넘친다.

80년대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의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아메리칸 영보이는 클래식하면서 시크함이 돋보이는 세련된 뉴욕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각 시대의 이야기가 담긴 뉴욕의 모던 빈티지
뉴욕은 최고의 모던 빈티지 수집처다.빈티지 컬렉터인 나에게 뉴욕은 그래서 늘 새로움이 넘치는 곳이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스토리에서 기원한 모던함은 제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이곳의 빈티지들은 보관 상태가 매우훌륭하고 깔끔하다.

70~80년대의 것이 주류를 이루고, 그 중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도 몇 가지 있어서 당시 우리나라 제품이 맹렬히 활약했음을 알 수 있다. 뉴욕의 빈티지는 옆집아주머니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소박하고 현실적인 제품이 많다.

유러피언의 화려한 제품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며 종류도 다양하다. 유러피언 빈티지가 클래식을 주류로 한다면 과장하지 않으면서 멋스럽고 현대적으로 풀어낸 스토리가 담긴 것이 뉴욕 빈티지다. 엄마가 입던 모피를 딸이 물려 입었을 때 진부한 올드 패션이 아닌 신선한 스타일링으로 표현되는 빈티지. 그것은 마치 동시대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사랑하는 두 모녀의 경쾌한 몸짓과도 같다.
내가 즐겨 찾는 빈티지 마켓
뉴욕의 프리마켓은 아쉽게도 새롭게 세워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즐겨 가는 곳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6~7애비뉴 사이 26가의 벼룩시장. 이곳은 거대한 주차장을 정리하고 빈티지 상인들이물건을 풀어놓는 장소로 유명하다. 모던한 주얼리와 뉴욕의 아파트에서 방금 가지고 나온듯한 가구와 소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또 한 곳의 마켓은 39가. 10애비뉴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이곳은 햇빛이 내리쬐거나 비가 오면 꼼짝없이 비를 맞아야 하는 야외 벼룩시장인데, 여기에선 스케일 큰 잡화들을 만날 수 있다. 70년대의 커다란 여행용 구찌백과 앤클라인의 60년대 크로스백도 있는데, 과연 이것이진짜일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보관 상태가 훌륭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진짜이며 가짜는솔직하게 일러주기 때문에 구매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다량의 가구를 사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수공으로 만든 가구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지만 공수해오고 싶을 만큼 값이 싸고 상태도 좋다. 또 다른 벼룩시장으로는 브루클린에윌리엄스 버그가 있는데 외곽에 위치한데다 숍이 여기저기 분산돼 있어 나에겐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다.
브랜드 빈티지 매장이 모인 소호 거리
뉴욕에는 수많은 마켓이 있지만 권하고 싶은 곳은 소호의 빈티지 마켓이다. 소호의 질 스튜어트 매장 지하에 있는 질 스튜어트 빈티지 코너는 입소문을 타고, 쇼핑 마니아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고, 질스튜어트의 사랑스러운 초창기 컬렉션은 물론 보기 드문 구두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구두를판매하고 있는, 아주 특별한 빈티지 코너다.

이곳과 더불어 가격과 브랜드 구성이 다양한 INA도 꼭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INA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모여 있다는 점. 가장 뉴욕적인 브랜드 구성과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이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디자이너 백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함께 카운터 앞 할인 코너에서는 앤 드뮐미스터의 고급 클러치백을 단돈 50달러에 건지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주운 사람이 임자인 것이다!
클럽, 그리고 바에서의 만남
쇼핑이 끝난 후 뉴욕의 문화를 느끼려면 모마 갤러리를 방문한다. 모마 갤러리의 상설전은 늘 관광객들로 붐비기에 오전에 일찍 가야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다. 여독을 풀어주는 미각 여행은 파크 레스토랑에서 시작한다. 1층 테라스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두툼한 뉴욕 스테이크를 와인 한 잔과 곁들여 먹으면, 그 분위기가 정말 환상이다.

머서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머서Mercer 키친도 빼놓을 수 없는데, 심플한 인테리어와 뉴요커들의 쿨한 대화가 가득한 핫 플레이스다. 저녁이면 호텔에서 배달해 먹는 24시간 야식 코너도 애용하는 코스다. 익스프레스는 물론이고 스시, 회, 중국식, 태국 요리 등 갖가지 음식이 고급스러운 용기에 담겨 배달된다. 뉴욕의 밤은 클럽이 유혹한다.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들이 자주 들르는 부다바나 허드슨 호텔의 바에서 밤을 보내는 것도 근사하다. 음악이 쿨하고 사운드가 굉장한 리빙턴 호텔 1층 클럽에서 마티니를 마시며 멋진 뉴욕의 꽃미남들과 부킹을 해도 좋다. 그도저도 싫으면 새벽 1시까지 운영되는 유명 레코드숍, 버진Virgin에서 CD를 고르는 것도 멋지다. 이곳에서 구입한 CD 중 디파처Departure 시리즈 중 러브Love는 가장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운명적인 음악이 되었다.

사랑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다원적 공간
뉴욕은 낭만과 비즈니스가 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내게 맨해튼은 우디 앨런을 비롯해 고뇌하는 감독들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는, 사랑이 존재하는 도시다. 그것은 브루스 데이비슨의 센트럴 파크 사진집에서 본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깊고 깊은 키스 장면 때문일 것이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통해 특별한 도시로 기억하게 된 이후 뉴욕은 내게 거부할 수 없는 커다란 매트릭스가 되었다. 앤디워홀의 정신이 살아 있는 이곳은 언젠가는 내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도시로 각인되었다. 도 시인들의 외로움이 예술이 되고, 친구가 되는 곳. 모던 아트가 흘러넘치고 늘 주변의 유명 인사가 뉴스에 등장하는 뉴욕의 문화는 셀레브러티 가십이 넘치는 서부와는 다르다.

뉴욕은 언제나 스토리가 펼쳐지고, 그 드라이함은 아름다운 석양이 된다. 불타오르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뉴욕의 어둠이 다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듯.
2007.08.03 13:27 입력
줄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