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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영권님이 꾸민 집

인테리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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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꾸밈에 관심이 높다 해도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영권 씨를 아는 이는 드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의 이름은 오히려 ‘패션계’에서 더 유명하다. 어쩌면 이름을 몰랐던 이라도 그가 디자인한 곳을 이미 경험했을 수도 있겠다. ‘매긴나잇브릿지’,‘플라스틱아일랜드’, ‘폴로 진스’등 요즘 잘나가는 패션 브랜드 매장 디자인이 모두 그에게서 비롯되었으므로. 그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최초로서 ‘집’을 디자인했다. 패션 매장 못지 않은 매력이 아찔하게 살아 있는 집. 보기에 근사한 이곳은 살기에도 너무 편하다는 것이 집주인의 감상평이다. 미리 말하지 않으면 ‘집’인 줄 몰랐을 이 집의 디자인 주인, 윤영권 씨의 생각이 궁금하다.
집, 이제 좀 용기를 내자고요!
대부분 집안 꾸밈에 있어서는 과감하지 못하다. 카페나 패션 숍을 보고 멋지다 여기면서도, 막상 이를 집에 옮기자면? ‘에이, 좀 과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고민하니 말이다.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다니는 멋쟁이라 할지라도 영화 속 개성 넘치는 공간에 살라고 하면? 글쎄올시다. 어색할 것 같아 꺼리게 되고, 옆집과 너무 달라서 두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 아직 우리는 집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부족하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나는 이러한 집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시도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집도 카페, 패션 매장처럼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면서 진짜 편할 수 있다’는 평소 확신을 현실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던 것.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나름 잘 알고 지내던 후배가 집을 개조하겠다며 불쑥 사무실로 찾아왔고, 그 녀석의 주문은 너무나 간단명료했다. “나, 돈은 이거밖에 없고, 이걸로 선배 맘대로 다 고쳐주세요!” 내가 ‘요리’할 재료로 그가 건넨 것은 ㄱ 자 형태의 단독주택, 그것도 음식점을 하던 상업 공간이었다. 집은 낡았지, 그냥 둘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지, 예산은 외관만 고치기에도 빠듯하지…. 악조건이란 악조건은 다 갖췄다. 하지만 ‘네 맘대로 해라’하는 말이 구미를 제대로 당겼고 내 인생 최초의 ‘주택 디자인’을 멋지게 해내겠다는 전의가 불타올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굵기가 다른 PVC 파이프를 싸리문 엮듯 이어서 외관을 새롭게 단장한 주택. 마치 박스형 모던 하우스처럼 보인다.
2 현관에서 거실로 진입하는 복도. 조명은 철물점에서 파는 전구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천장의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 실용적이면서 세련된 조명 연출 아이디어다.
3 유일하게 길가 쪽으로 낸 창문 사이로 부엌이 보인다.
4 실내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아이 방이 있다. 아이 방은 문이 없는 오픈형으로 디자인한 대신 바닥을 한 단 높게 만들어 공간 구획을 해준 것이 특징. 방 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큰 매트리스를 놓아 침대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흰색 벽면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넣었다.
5 이 집에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바로 창문의 위치. 길가로 나 있던 창문을 포기하고 모든 창을 정원 쪽으로 옮겼다. 덕분에 사생활 보호는 물론, 거실과 정원 사이에 툇마루 같은 오픈형 발코니를 마련하게 되어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조금 유치해지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 아세요?
흠, 어떻게 하면 이곳을 ‘확~!’ 변신시킬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공간에 대해 심오한 이해나 고민을 하는 편이 아니다. 뭔가 심각하게 파고들면 오히려 ‘이거다’ 싶은 확신이 줄어들 뿐. 그리하여 우리 스태프 중 한 명이 출입구 위치를 결정한 것을 필두로 일사천리로 평면도가 완성되었다. 원체 단순하게 생긴 공간을 과감히 더 단순화 시켰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벽을 세우고 방문을 단다고 해서 구중궁궐이 되는 것도 아니니 아예 벽체도 없애 스튜디오처럼 시원스레 터버렸다. 부부 침실, 거실 그리고 부엌과 화장실, 아이 방. 집에 있어야 할 공간은 다 만들되 각 공간은 책장과 미닫이 문 등으로 구분될 뿐, 전체가 하나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다만 화장실은 예외. 맘대로 하라던 주인이 화장실마저 오픈형으로 만들겠다는 디자이너의 의지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갓 돌이 지난 아기가 있는 30대 젊은 부부라면 이 정도는 이해하지 않을까 했지만, 하긴 스타일을 위해 사생활을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충분히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제법 넓은 공간이 확보되고 그다음 단계로 시도한 것은 집안 단장. 하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부분은 오히려 집의 개성을 살리는 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저렴하게 재미 있는 요소를 만들어주자.’ 그러다 보니 조금은 유치한 발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 부엌과 화장실을 가려주는 3개의 미닫이문. 이 집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는 부분인 만큼 개성과 재미를 더하고 싶었는데 여기에는‘사전’에서 봤던 물고기 그림이 자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래픽으로 장식하리라 생각했고, 어떤 캐릭터를 넣을지 고민하다가 화장실과 부엌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물’을 쓴다는 나름의 공통점을 찾았고, 이를 물고기로 표현하게 된 것. 3개의 문에 걸쳐 하나의 물고기 그림이 붙여졌는데, 문을 어떻게 여는가에 따라 이는 온전한 형태로, 또는 생선 반찬거리처럼 토막 토막 분리되기도 한다. 재미 있지 않는가? 이 여세를 몰아 침실에는 에로틱한 메타포가 이어졌다. 말 위에 속옷을 입은 여인이 축 늘어져 있는 사진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것.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멋있다 하지만, 제발 나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음도 알아주기를!

1 부엌 끝에서 현관 쪽을 바라다본 모습.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천장과 벽면 모두 흰색으로 처리하고 바닥은 광택이 없는 밝은 회색의 석재 타일을 붙였다. 부엌 가구 컬러를 보색 대비로 연출해 한층 생기 있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심히 보면 그저 빨강과 초록의 대비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컬러는 디자이너가 3~4회의 시도 끝에 과감한 비용을 투자해 얻어낸 색깔로 집안의 개성을 가장 크게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스트라이프 패턴이 독특한 긴 아일랜드는 식탁으로, 바bar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2 문 없이 개방적인 구조로 만들려 했으나 결국 물고기가 새겨진 미닫이 문을 갖게 된 화장실.
3, 5 물고기 그림이 붙여진 3개의 미닫이 문은 이 집의 마스코트다. 미닫이 문을 살짝 간격을 두고 열어놓으면 미술 작품을 설치해놓은 듯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손님이 왔을 때, 미처 부엌을 정리하지 못했다면 이 미닫이 문을 합체하면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 거실 소파 역시 이곳에 맞게 심플하게 제작한 것이다.
4 침실 벽면이 되는 철제 책장 사이로 부엌이 보인다.
6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아이 방이 일렬로 자리해 있다.




1 , 2 거실에서 바라다본 침실. 이곳 역시 벽과 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 것. 철제로 만든 책장이 파티션 역할을 하는 가운데 책장 바로 뒤편에는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고, 이 유리 벽면 옆으로는 흰색의 미닫이문이 연결되어 있다. 결국 침실은 미닫이문을 다 닫고, 유리 벽면에 블라인드를 내리면 침실의 사생활이 보장된다.

저렴하고 단순하게, 편안한 집을 만들고 싶다!

나는 신속한 판단, 경쾌한 결론을 즐긴다. 예산이 넉넉지 않았던 개조 작업은 사실 짜증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를 ‘가볍게’ 여겨버리니 나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나무로 육중하게 만들어야 할 책장은 강한 철심으로 가뿐히 만들었다. 황학동 시장에서 구한 촌스러운 클래식 책상 2개를 블랙으로 칠한 후 그 위에 모던한 흰색 서랍장을 올려놓아 기존에 볼 수 없던 길고 독특한 가구도 제작했다. 부엌에 놓인 바 스툴은 어떤가. 중고 시장에서 원가의 20분의 1에 구한 것을 흰색으로 칠하고 ‘레자’로 커버링하여 ‘싼 티’를 극복시켜놓으니 다시 봐도 쿨하고 시크한 부엌이다. 반면 부엌 가구는 과감히 투자해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오래도록 사용해야 하는 기능적인 가구인 만큼 확실히 밀어준 것. 이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일일이 발품을 팔아가며 해결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가 ‘윈윈win-win’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이 집에서 정말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외관이다. 국도를 지날 때 길가에 있는 ‘밥집’의 모습과 꼭 같았던 주택을 굵기가 다른 PVC 파이프를 마치 대나무처럼 둘러놓아 완전히 색다른 집으로 만들었다. 내부는 왜소하더라도 외부는 번듯해 보이기를 원하는 주인의 바람을 담아 파이프는 집의 키를 훨씬 웃도는 높이로 쭉쭉 뻗어나게끔 했고, 그 빛깔은 확장 효과가 뛰어난 흰색으로 선택했다.

지금 이 집에서 산 지 3개월에 접어드는 집주인 후배에게 물어보았다. 이 집, 정말 살기 좋냐고. “네, 좋아요. 처음에는 굉장히 세련되다 싶어 좀 부담스러웠는데, 살다 보니 오히려 더 재밌고 편하네. 그리고 너무 인간적으로 만들었어. 우리 완전히 퍼져 살아요. 부엌도 문만 닫아버리면 지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으니 치울 필요 없고, 침실에 가면 딴 생각 할 겨를 없고!” 내가 만든 집이지만, 집주인 후배가 부럽다. 원래 집은 즐겁고 편하게 살라고 있는 공간 아니었던가.


1
침실 디자인의 하이라이트. 바로 ‘말을 탄 여자’벽장식이다. 한 화보집에서 발견한 사진을 실사 출력해 벽면에 붙인 것으로 도배 비용의 10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완성했다. 침실이라는 공간에 말과 여자의 에로틱한 코드를 적용한 재미가 눈길을 끈다.
2
대문으로 가는 길. 대나무 숲을 보는 듯, 우후죽순 집을 둘러싸고 있는 파이프의 나열이 생동감을 전한다.
3 서랍이있는 흰색의 상판은 새로 제작한 것이고, 이를 받치고 있는 검은색 ‘다리’는 클래식 스타일의 탁자로 재활용품을 사용한 것.
4 침실에서 바라다본 거실과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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