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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뉴욕, 아담 쿠스너의 듀플렉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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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성정원(뉴욕 통신원)


좁으나 좁지 않은...
흔히 미국하면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떠올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는 주(州)전체를
생각하지만, 뉴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뉴욕주(州)보다는 뉴욕시(市), 그리고 다섯 개의 보로우
(서울시의 區와 비슷한 개념으로 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스테튼 아일랜드, 브롱스)로 나뉜
것 중에서도 오직 맨해튼 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기리에 방영된 “Sex & the City"
드라마 제목에서처럼 이들이 말하는 the City는 오로지 맨해튼 만을 일컫는 말이다. 맨해튼의 면적은
실제로 약 80㎢, 서울의 종로구가 약 24㎢ 그리고 강남구가 약 40㎢의 면적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대충 짐작이 된다. 이러한 크지 않은 면적에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 관한 모든 것, 그리고 150만여 명의 인구가 사는 거주지가 밀집되어 있으니 때론 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한 쌈박한 아이디어가 우리가 흔히 아는 광대하고 시원한 이미지의 ‘미국적’인 공간과는
대조적으로 맨해튼에서는 특히, 좁은 면적의 오래된 스튜디오에서는 인테리어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스무평의 듀플렉스, 나눔과 함께함의 설계로 공간 운영의 묘를 살리다
1911년에 완공된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 바로우街(Barrow Street)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아담 쿠스너(Adam Kushner)가 2005년에 새로이 개조한 듀플렉스(duplex)가 있다. 웨스트 빌리지는
맨해튼의 서남쪽에 위치한 전통적인 주택지역으로 흔히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라고 부른다.
스무 평이 겨우 됨직한 이 작은 보금자리 공간을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보면 복닥복닥한 도시 안에서도
최대한 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제작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이 곳 인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공간분할과 세부마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위 아래, 두 층의 스튜디오를 개조해 전체적으로
오픈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담 쿠스너는 전체적으로는 도시와 자연의 조화라는 개념으로
작업을 시작하였으나 디테일들을 보기 시작하면 기발함과 재치, 그리고 그 흔한 시쳇말로 ‘엽기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게 하는 사적인 공간의 노출까지‘운영의 묘’를 십분 발휘하여 연출하였다.
고층 빌딩, 빽빽한 높고 낮은 철근 콘크리트 빌딩 숲속에서 유리의 적절한 사용으로 공간설계를
'나눔’은 있지만 ‘함께함’이 있도록 창출하였다. 특히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천장의 설계가
인상적이다. 주방과 서가를 겸한 바(bar), 거실이 있는 공용 공간인 1층은 천장 높이를 최대한 높여
개방공간을 만들었다. 즉, 완만한 U자 모양으로 천장을 설계하여(마치 현수교 모양처럼) 양쪽
벽을 최대한 높게 활용할 수 있게 하여 한편에는 서가를, 다른 한편에는 긴 나무 판 마감에
군데군데 작은 매입 공간을 만들어 사진, 인형, 양초 등 각종 전시품을 진열하였다. 그리고
벽체와 만나는 부분은 직각으로 올린 후 강화 유리를 사용하여 천장을 마감하였다. 1층과 2층 사이의
분할을 유리로 투명하게 하여 벽의 높이를 최대화하였으며, 그 이용도를 극대화하였다. 이 유리부분의
2층에는 샤워실이 있고 옥상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투명한 바닥을 통해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채광설계 또한 협소한 공간의 답답함을 줄여주고 있다.
그리고 2층 천정은 1층과는 반대로 ∩자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었으며 천장의 높이 또한 1층보다는
다소 낮게 하여 마치 다락방의 느낌을 준다. 2층에 배치된 침실과 사무공간은 기둥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두 곳 모두 빛과 공기의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침실의 벽처리는 이중으로 하였는데,
단순히 무거운 시멘트 덩어리가 될 수 있는 것을 커브로 처리하고 상하벽에 유리에 끼워 둠으로서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유리 틈새로 빛이 들어오게 하였으며, 유리창 앞으로 곡선으로 매입된
이 부분은 전체 천장 모양과 부드럽게 어울리면서 아늑한 침실 공간 연출에 한 몫을 한다. 침대의
헤드보드 역시 유리로 만들어 공간과 가구의 유대감을 꾀하였다. 수직면보다는 완만한 곡선을
사용하고 두 재료가 주는 특징을 살려서 좁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과 경직감을  이완시키고 있다.
특히 사무공간에 마련된 자동 개폐식 천장은 언제든 원할 때에 자연스럽게 창문을 스르르 열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곡선이 주는 공간의 확장감과 아늑함, 위 아래로 빛이 은은하게 투과되지만,
시각적으로는 차단되어 침실의 목적에 맞는 아늑함과 조용한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재료와 디테일을 통해 사적인 공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만들다
도회적으로 세련되게 기획된 공간분할을 바라보고 나면, 이젠 작은 디테일들에 감탄할 차례이다.
지하철 문을 샌딩 처리하여 음영을 준 출입문은 이 공간이 도시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마치
“은하철도 999”를 연상시키면서- 나를 위해 어디론가 여행시켜 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것은 마치 한증막 안의 나무판 같은 두터운 나무 바닥과 더불어
물이 담긴 작은 연못. 그러나 이것이 욕조임을 인지하는 순간,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인지하게끔 변모시킨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이 집에는 또 하나 특이한 것이 있는데
-아침에 바쁘기 마련인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 인지- 작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더우기 특이한 것은, 모두 은밀한 노출을 시도하며 전체 공간의 제약으로
협소해진 사적인 공간을 시각적, 물리적으로 넓히고 있다. 아주 오래 전 로마시대의 공중화장실처럼
대리석에 구멍을 뚫어 만든 변기, 그리고 그 위에 머리를 떨어뜨린 샤워기, 옥상으로 통하는
문과 연결되어 있는 화장실, 바닥을 유리로 처리하여 1층이 내려다보이는 샤워실. 모두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이지만, see-through 개념을 도입하여 공간의 확장을 꾀하였다. 그리고
오석 조약돌로 마감처리하여 거실에 과감히 배치한 연못 자쿠치(jacuzzi)는 다른 공간 전체의 목적성을
뒤바꾸고 있다. 적어도 자쿠치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아담 쿠스너
  코넬(Cornell)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Kushner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프랫(Pratt) 대학의 초빙강사였고, NJIT(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와 NYIT(New York Institute
of Technology)의 실기교수이다. Open House New York의 수석 디렉터인 스캇 라우어(Scott Lauer)는
쿠스너의 이 작품을 보고 뉴욕 지역에서 발굴된 뛰어난 건축 사례라고 극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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